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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때문에 OTL 성적장학금 때문에 K.O.

 등록금 1000만원시대. 작년 한해 학자금대출 때문에 3500명이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통계. 대학생을 울리는 건 등록금뿐만이 아니다. 등록금문제가 어김없이 터질 때면 다수의 사람들은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꼭 받아야지’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장학금수혜 또한 녹록치 않은 게 대학의 현실이다.

 토익 고득점자가 휩쓸어가는 성적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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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 창원대 등 일부 대학에선 성적장학금을 받으려면 학점 이외에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토익성적표’이다. 1·2학년은 토익이 20%반영이 되고 3·4학년은 30%가 반영될 만큼 성적장학금을 받는데 토익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토익을 중요시 여기다 보니 학생들이 폭주하게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바로 넘을 수 없는 ‘해외거주 경력’이다. 1학년 장학금 신청자 중 학점 4.3만점에 3.7인 A학생과 4.1인 B학생이 있었다. 이 중 전액장학금은 학점이 0.4점이 낮았던 A학생에게 갔다. 학점을 월등히 높게 받고도 전액장학금을 받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토익 성적이었다. 영어특기자 출신인 A학생의 만점에 가까운 토익성적과 국내파 출신인 B학생의 대학생평균토익성적에서 뒤집기가 이뤄진 것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분개한 가운데 전액장학금의 운명은 이렇게 엇갈렸다. 이 일은 한해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매학기 장학금을 신청하게 될 때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다. 토익성적은 열심히 공부해서 등록금 해결해보겠다는 순수한 대학생들을 장학금의 길로부터 멀어지게끔 한다.

 매년 수많은 학생들이 토익반영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학교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취업에 필요한데 토익을 장학금에 반영시키지 않으면 학생들이 토익공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성적에서 생뚱맞게 취업을 건드리는 학교. 그렇다고 학교에서 토익성적 향상을 위해 수업개설이라든지, 영어교육과 관련된 노력을 여전히 하고 있진 않다. 등록금 때문에 개강 전에 흘린 대학생의 눈물이 개강 후 토익장학금때문에 피눈물로 바뀐다. 언제쯤 대학생들은 등록금, 장학금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정윤정 기자(babymv@on20.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