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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학생이 학교 밖, 동호회에 눈 돌리는 이유

요즘 대학생들의 행동반경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예전에 대학생들의 모임이 학과나 교내동아리,가장 넓게는 대학연합 동아리 수준에서 그쳤다면, 이젠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단적인 예이지만 NAVER 검색에 동호회 하나만 쳐도 팔천여 개 에 달하는 동호회들이 나온다. 친구들 중에서도 학교 외부에 각자 취향에 맞는 동호회에 가입해 마치 아지트처럼 활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점 관리하랴, 토익 공부하랴, 알바에, 학교생활만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바쁜 학생들이 왜 굳이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걸까?

수원에 사는 대학생 이은비씨(24. 고려대 생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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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클럽 동호회 이은비씨.

)는 1년 전 사진 출사 동호회인 ‘피스(P.I.S)클럽’에 가입했다. 그녀가 동호회에 가입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보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필요가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똑 같은 일상이 지루했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은 욕구가 컸다.

새내기 시절, 은비씨에게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는 결코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수업 시간이더라도 서로에 대한 경계가 심했고, 덕분에 개인적으로 공부해야 할 시간들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비단 은비씨 한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 새내기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고등학교와 달라진 냉랭한 인간관계에 관한 것들이니까 말이다.

학과 모임에서의 은비씨는 자신을 ‘적당히 눈치를 보는 입장’이었다고 표현했다. 지난 번 모임은 나갔으니까 이번엔 안 가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 많았고... 솔직히 나가도 술만 마시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학교는 어떤 ‘틀’이 정해져 있는 곳이었는데, 동호회는 그렇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졸업한 선배들은 대부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반해, 동호회는 그런 학교 선배들한테 배울 수 없었던 여러 가지 경험들을 들을 수 있었고, 또 그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학교가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만 남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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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클럽 야외 출사 단체 컷

학교에서 사람들에게 동기나 선후배 관계의 사이, 즉 그저 성격이 잘 맞아서 친해지고, 지속되는 그 이상의 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은비씨는 그 원인을 대학이 사람을 만나는 장소가 아니라, 취업을 위한 수단 그 이상이 될 수 없는 현재의 추세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들이 학과 내 많은 사람들의 결속력을 다지기에 어려운 요소가 되는 것 같다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동호회를 자신의 ‘또 다른 탈출구’라고 덧붙였다.

“요즘 싸이에도 공개적으로 글을 남기듯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 누군가가 힘이 될 때가 많다. 인맥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동호회 사람들을 보다 보면 그냥 열심히 사는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다. ‘나중에 나도 일 하면서 저렇게 취미 생활도 열심히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래서 계속 꾸준히 나오고 싶은 모임이다.”

많은 대학생이 동호회와 같은 외부 모임에 눈을 돌리게 되는 이유는 더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크게 작용한다. 더불어 은비씨처럼 동호회에서는 대학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해 보는 것도 대학 생활의 좋은 활력소가 됨이 분명하다.

하지만 역으로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의 대학이라는 공간이 학생들을 순수하게 만족시킬 수 없는 무언가가 빠진 채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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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씨 동호회 활동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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