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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부제, 이대로 좋은가.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20개 대학이 올 해부터 전면적 혹은 부분적인 학부제를 실시했다. 기본적으로 학부제의 좋은 취지들을 기대하고 시행된 제도라 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되고 있는 크고 작은 학부제의 모순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들이 남들 따라 하기 식으로 급하게 이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에 있고,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보완책 조차 역시 미비한 상태다. 현재 고려대 영문학과 05학번에 재학중인 배혁(23)씨를 만나 그가 3년 동안 직접 느낀 학부제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1. 처음 입학할 때 학부제 정원은 몇 명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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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문과대학 자체는 천 명이 훨씬 넘죠. 크게 국제 어문학부와 인문학부로 나뉘는데 이게 학부제다 보니 어떤 소속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결론적으로는 새터 때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 없이 이라는 개념으로 학생들을 나눴는데 이 때부터 사실 약간의 거부감 같은 게 들기 시작하죠.

 

2. 학부제는 인간관계에 있어 많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학교에 4년 정도 있다 보니 3월의 북적거림 2학기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그러진다는 것을 느껴요. 이런 활발한 분위기가 오래 가지 못하는 이유는 이라는 공간이 전공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복학생이 봤을 땐 끼어들만한 매개체(연결고리)가 없는 거잖아요. ‘에서는 같은 전공자들의 모임이 아니니까 뭘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주기가 애매한 거에요.

 

3. 그러면 같은 학과생들 간의 교류는 어떻게 진행되나?

 

학부제에서 같은 과는 그냥 같은 수업을 듣는 것 뿐이에요. 친해질 기회가 전혀 없죠. 반 동기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시스템의 한계는 그 반 자체가 하나로 묶여지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동아리 같은 경우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되잖아요. 하지만 여기선 그냥 을 마시는 거에요. 사실, 술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도 어렵죠. 바로 위 학번이나 동기들 뿐만 아니라 고학번 선배들까지 통틀어서 함께 묶일 수 있는 것 자체가 한계라고 생각해요.

 

4. 학부제라는 제도의 도입은 사실,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컸다. 이런 부분엔 공감하나?

 

-그런 의도였다면 우린 자율전공제가 폐지되면서부터 그런 학부제 체제의 장점까지도 살릴 수 없게 됐어요. 미국서 7년 정도 살다 온 후배가 한 명 있는데, 시간표 짠 거 보니까 전부 다 영어 수업이더라고요. 왜냐하면 학점을 잘 따야 원하는 과에 지원할 수 있거든요. 이건 학부제의 취지(다양한 수업과 여러 학문을 접한다)랑은 많이 다르지 않나요? ‘자율 전공제가 폐지된 학부제’(성적에 따라 학과 정원을 자름)는 학점을 잘 따기 위해서 자신에게 좋은 점수가 보장된 과목만 들을 수 밖에 없어요. 성적이 보장되지 않는 수업을 듣는 건 일종의 모험이죠.

 

5. 대학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을 대학이 적절히 보완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친한 동기나 선후배끼리 공통된 학문으로 공부 하고, 느끼면서 자기 가치관을 세워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부제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기가 어렵죠, 사실.

 

6. 학부제로 계속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점이 보완되었으면 좋겠는가.

 

-다시 학과제로 갈 수 없다면, 학부제에서의 전제는 자율전공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시에서 국제어문학부에 합격이 되면 예를 들어 입학 통지서에 원하는 학과를 고르게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반을 나눠야죠. 물론 반의 크기는 커질 수 있어도 학문이라는 공통 관심사는 담보 되잖아요.

올 해부터 학교가 자율전공제를 폐지한 이유가 인기 학과 몰림 현상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건 미리 예상했었어야죠. 대안으로라도 수업을 늘리거나 교수 충원을 해줬어야 하는데 그런 건 하나도 하지 않았거든요. 결과적으로 영문과 같은 경우는 듣고 싶은 수업이 있어도 학생 수 초과로 들을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 거죠._- 학생들만 혼란스러워 지고, 피해자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