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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학문화와 그 시대 영웅들


대학문화와 그 시대 영웅들
- 시대의 요구 속에서 영웅이 되었던 임종석, 신해철 그리고...?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학생들에게 회자가 되는 인물은 어떻게 부상하게 된 걸까? 영웅이라는 것, 우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은 자기가 잘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세대의 문화와 바람이 있을 때 그 상이 일치하는 인물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시대별로 어떠한 요구가 어떤 인물을 부각시키게 됐는지 그때의 대학생들의 말과 상황으로 정리해봤다.
 
80년대 대학생의 영웅 ‘독재척결을 위한 정치 수호자’
-하이틴 잡지에 임종석 전대협의장이 인기순위에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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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우들에게 거리로 나가자고 소리를 지르면서 다녔다. 그리고 재학생의 절반을 넘는 5천명의 학우들이 본관 앞에 모였다. 이건 우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했지만, 우리는 대열을 지도하여 거리로 나섰다.” 6월 항쟁 당시를 회상하던 한 선배의 이야기.

 80년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한총련의 전신) 의장 임종석이 청소년이 뽑은 인기인물 2위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지금의 대학생에겐 충격적으로 다가올 법한 일이지만, 수배중인 학생대표가 인기순위에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시 사람들의 정치와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당시의 코드는 정치에 눈을 뜨고 자기를 바치는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광주학살에 대한 자료를 새내기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분노했으며, 맑스주의를 공부하기 위해 몇 명이서 일본어를 배워서 일본에서 건너온 칼 맑스의 책을 번역하곤 했다. 그리고 반미와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분신하고, 투신자살한 열사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던져서 민주화를 이룩하자’라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끊임없는 사상에 대한 연구와 군부의 탄압 속에서 대학생들을 대표하고 시위의 선두에 있는 사람은 자연스레 관심의 대상, 믿음의 대상이 되었다. 전대협출신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등이 386의 자존심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90년대 ‘주적이 없어진 뒤 시작된 문화반란의 아이콘들’
- 너무 파격적인 것은 안 되도, 신해철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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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94학번이고 서태지가 고등학교 때 데뷔했거든. 그런데도 우리 동기 중에 염색한 녀석 있으면 선배들이 혼내고 까만색으로 다시 염색해오라고 했어.” - 94학번의 증언
“힙합동아리가 1,2학년 때부터 생겼는데 축제 때 얘네들이 가요 부르고 랩하니깐 사람들이 다들 욕했었어. ‘쟤네들 뭐냐’면서. 학교 복도에서 각 과 학회실마다 기타소리, 민중가요 흘러나오고, 심심하면 술 마시고 율동하고 그러고 놀았어.” - 96학번의 증언

87년 지긋지긋하던 독재가 끝나고 뭉쳤던 대학생들은 옆의 동지와 길거리의 동지와 같이 불렀던 ‘님을 위한 행진곡’과 ‘아침이슬’을 넘어서는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80년대 후반 율동패, 노래패, 풍물패가 활기를 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와 동시에 과거의 암흑기와 선을 긋고 해방감을 맛보고 싶은 20대의 모습도 존재했다. 사회도 사회지만, 이젠 자신의 고민에 대해 표현하고 싶은 대학생들은 문화에 대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선을 긋고 싶은 욕구와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서태지와 신해철의 신화를 만든 것이다.
 90년대 축제 때 연예인을 데려오면 총학생회는 욕을 먹었다. 하지만 신해철은 예외가 될 수 있었다.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신경도 써야하고, 문화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하는데 기존의 것을 너무 부정하면 안 된다’라는 인식은 대중가요를 하고 있지만 사회에 대한 고민을 쏟아내는 신해철에게서 두 가지 모두 충족할 수 있던 것이다.
 
00년대 대학생 수난시대 “우리의 대변인은 도대체 누구냐”
- 다양하지만 공통분모가 없는 문화, 우리의 아이콘은 부재중


“근데, 지못미랑 흠좀무가 뭐냐?” “진짜 몰라요?” 3학번 차이나는 선후배의 대화

 우린 벌써 2000년대 후반을 맞이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00년대의 특징이고,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할 것을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보다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늘어났지만 대학은 학부제로 인해 선후배도 몰라보는 대학생을 만들었고, 취업 때문에 과실보다는 도서관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예전에 과실, 잔디밭, 노천에 어디든지 있는 모임을 통해서 공통의 화젯거리를 가졌던 대학생은 이제 없다.
 공통문화의 부재는 공통의 대변인조차 만들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효리 열풍이 불어도 그녀는 등록금문제에 관심이 없고, 원더걸스 열풍이 불어도 이들은 취업에 관심이 없다. 다들 대학생과는 상관없는 인물일 뿐이다. 단지 대학생은 고객과 손님일 뿐이다.
 그래도 아직 절망하긴 이르다. 새로운 흐름으로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07년대 대학가를 흔들고 간 ‘88만원 세대’라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었고, 과 중심 공통체는 무너지고 있지만 소규모 공동체는 존재 하고 있다는 것(완전 순수한 다크템플러형 아웃사이더는 없다) 등의 현상은 대학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희망적 요소이다. 

우린 무엇을 공유하고 있을까?
 
 뛰어난 인물이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요구가 영웅을 만드는 것이다. 대학의 영웅은 우리가 힘들 때, 변화를 요구할 때 슈퍼맨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문화와 대학생의 의식, 사회의 환경과 이들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인물은 단지 부차적 요소일 뿐이다.
 우리가 10년 뒤 308(200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8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불릴 때 ‘우린 기억나는 게 토익 말고 없어’하며 웃는 블랙코미디를 연출하고 싶진 않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공통으로 찾아야할 요구지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등록금, 취업등의 경제현실 그리고 우리의 공통지점은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