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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알바 해도 생활비만 겨우 버는 대딩들.

“‘고품질로 판정 받은 사람들이 알바를 할 수 있죠.

 

“2006년 겨울부터 시작한 이래로 이번이 네 번째에요. 한 번 할 때마다 28만원에서 최고 55만원까지 받는데, 무슨 실험이냐에 따라 받는 돈이 달라지죠.” 가람씨(26)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생동성 실험 알바를 한다. 등록금은 어떻게 할 수 없어도 학기 중 생활비만은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고 싶진 않았다고 한다. 말 자체도 낯선  생동성 실험이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의 줄임 말이에요. 오리지널 약과 카피 약의 효능이 동등한지 알아보기 위해 약을 먹고 채혈을 하는 거죠.”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들어도 사실 잘 이해가 안 갔다. 막 말로 그가 생피를 뽑아내면서 받은 돈은 밀린 월세와, 식비, 교통비 등 가장 기본적인 생활비에 쓰인다고 한다. “등록금은 매 년 오르고, 알바를 위해 매 번 똑 같은 시간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구요. 말 그대로 시간대비 고소득 알바를 찾다 보니...”

 

가람씨는 알바를 하면서, ‘스스로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팔에 바늘을 꽂고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옆에서 같이 피 뽑는 사람들 중 99%가 저와 같은 학생들이란 걸 알 수 있어요. 나만 어려운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그렇게 다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각자 시험공부를 하거나, TV를 보기도 한단다. “이 병원에서 하는 실험 알바에 관한 클럽이 있는데 회원수가 25백 명이 넘어요. 1년 새 지원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서, 경쟁률이 세졌죠. 웃긴 게 이 알바에서 조차도 더 고품질’(건강한)의 사람들을 선호한다는 거에요. 경쟁에 떨어져서, 실험 알바를 못하게 돼도 기분이 이상해지는 거죠.”

 

부모님께 학비 이상의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시작한 알바지만, 하면서도 기분이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실험 자체가 저한테 필요 없는 약을 먹어야 하는 거니까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예상 못 하는 거죠.“ 가람씨가 이렇게까지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까닭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에게 정부나 학교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사람들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별개로 생각하는데, 저는 이게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등록금을 비싸게 내 버리니까 생활비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거거든요. 생활비 보조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런데 등록금 계속 올리는 건 정말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사실, 전공 서적 살 엄두를 못 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플리커 kompressor

재각씨(25) 역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작년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시간을 별로 구속하지 않아서 좋아요. 하는 활동이 많은 편이라 어디 얽매여서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집에다가 용돈을 바랄 수도 없고, 선배님들이 가끔씩 전공과 관련된 일을 알바로 주긴 하지만, 그걸로는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가 없었어요.” 알바해서 번 돈은 교통비나 식비와 같은 생활비에 주로 쓰는 편이다. 자취방 월세는 어떻게 해결하냐고 물었더니, 룸메이트 형과 같이 월세를 나눠내기로 했지만 두 달 동안 사정이 어려워 돈을 보태지 못해 미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낮엔 주로 버거를 만들고, 야간 알바 때는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일을 해야 한다. “밤에는 식재료도 나르고, 매장 청소도 해요. 할 일은 많은데, 일 하는 사람은 두 세 명 정도 밖에 안되죠. 같이 일 하는 애 중에 대학 새내기도 한 명 있는데, 학교 다니면서 주말 동안 밤 새 일만 하다 가요.” 야간 알바는 쉬는 시간도 없다. 낮에 일 할 때는 그래도 일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편이라 틈틈이 앉아서 먹을 수 있지만 밤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서 먹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건 되게 작은 것일 수도 있는데 식사 시간에 햄버거밖에 먹을 수 없는 것도 불만”이다. “일 시작하기 전에 조건이 햄버거 말고 밥 먹으려면 니 돈 내고 나가서 먹으라는 거였거든요. 따지긴 따졌는데, 들은 척도 안하더라구요.”

 

재각씨는 사진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학생이다. 전공관련서적이 비싼 건 10만원도 넘기 때문에 살 엄두도 내지 못 한단다. 사회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사진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는 그는 조금 여유가 생기면 제 카메라도 하나 사고 싶어요. 사진 전공자가 카메라가 없다는 건 좀 그렇잖아요라며 웃어 보인다.

 

위에 두 사람 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등록금은 커녕 학생들이 공부 하는 데 필요한 책만이라도 학교에서 지원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 한다. 기숙사 부족으로 인해 밖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은 둘 째 치고, 등록금이나 좀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말이다. 얼마나 힘든, 또 얼마만큼 비인간적인 노동을 하고 있는가 하는 개개인의 고통들도 눈여겨 봐야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대학생들이 이렇게 힘들게 알바를 하더라도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그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