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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비운동권 총학생회의 촛불집회 참여를 말하다

 5월 29일 고시가 강행된 이후 서울시청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주최 측 추산 약 10만의 시민이 모여서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시를 강행한 이명박정부에 대한 불신의 촛불을 들었다. 이 날 촛불집회가 달랐던 점은 규모면에서만 아니라 그동안 조용하고 있던 학생단체들의 깃발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에 있다. 그 중에서도 놀라웠던 것은 여태까지 비운동권 총학생회를 표방했던 몇몇 총학생회들의 깃발을 집회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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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사태 때문에 스타가 된 고려대 총학

 각종 포털에 ‘고려대 총회장 정수환’을 검색하면 그와 관련된 글이 많이 찾을 수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은 ‘비권’이면서도 집회에 참가하였고, 참가과정 중에 총학생회 정·부회장 둘 다 연행될 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했었다. 이뿐만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장과 면회를 하면서 동맹휴업을 발의한 고대 총회장의 ‘옥중발의안’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며 미담으로 남고 있다. 사실 고려대 총학생회가 학생시위를 주도하거나, 사회문제에 대한 학내여론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학우들과 열려있는 모습을 보여준 고려대 총학이 대외활동에 소홀히 하고 있는 타 비운동권 학생단체들에 주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고려대 총회장 정수환씨는 ON20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정부의 다른 사안들(의료보험 민영화와 같은)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학우들의 여론수렴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총학이 얘기하기 전에 우선 학우들과 여론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한바 있다.

국민대, 경희대, 용인대... ‘집회 비참여 총학’의 이야기

‘와~ 정말 한가해보여요’ -경희대 1인
‘총학이 포퓰리즘에 젖어 (축제처럼)보기 좋은 행사만 하고, 민생에는 신경 안쓰는 국회의원과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요?’ - 국민대 1인
‘총학이 광우병서명용지를 찢어버리는 게 말이나 됩니까?’ -용인대 1인


 시끄러운 학내 여론 때문에 몇몇 집회 비참여 총학들은 집회를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성명서에도 어김없이 달려있는 수많은 댓글들은 총학의 미지근한 태도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었다. 국민대의 경우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집회참여여부에 대한 서명을 받았다. 이에 국민대 학생들은 ‘집회가 위험하면 총학생회가 피하는 것이 맞는가. 참여해서 학우들을 보호해도 모자를 판에, 의견도 무시하고 아무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비겁하지 않는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총학생회의 성명서가 발표되고 며칠 동안 총학생회 홈페이지 접속에 문제가 있어 학생들의 불만은 극에 달았다. 학생들 사이에서 부총학생회장 탄핵이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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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총학의 집회출석체크서명용지

 용인대에서는 광우병반대운동을 하고자하는 동아리와 총학생회 사이에 엄청난 마찰이 있었다. 지난 5월 23일 용인대에서 중앙동아리 흙사랑에서 받고 있는 광우병반대서명용지를 총학생회장과 일부 동아리연합회 간부들이 뺏고 찢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김태훈 용인대 총회장은 여론이 나빠지니 6일 뒤 학내 게시판에 ‘동아리연합의 허락을 안 받고 했던 서명이어서, 그리고 학우들의 개인정보유출을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것 같다. 진심으로 미안하다’라는 ‘쇠고기 관련된 총학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런 총학의 태도에 해당 동아리에서는 탄원 글을 아고라에 올리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내 게시판은 총학의 정식 사과요청을 원하는 학생들의 글로 도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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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대 총학이 찢어버린 서명용지

 경희대 또한 광우병사태와 관련해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비운동권총학들이 주최한 릴레이토론회 이외에 의견수렴을 위해 행동을 하지 않은 점 때문에 학우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경희대 부총학생회장 오경택씨는 ON20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비권총학생회가 다 나온 것처럼 여론 몰이를 하고 있지만, 사실 나간 대학은 몇 대학 없다. 마치 우리만 나오지 않은 것처럼 보지 말아 달라”라고 했다. 또한 총학이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국민여론도 둘로 나눠졌다면 학생들 또한 마찬가질 텐데 학생회가 한 쪽으로 치우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말을 했다. 경희대 총학은 광우병사태관련 성명서에서 ‘선거 때 학우들에게 약속한 것처럼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을 기존의 고수할 것임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다수 학생들 ‘어떤 사안이든 간에 학생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

“많은 학생들이 바란다면 정치활동을 안 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되었어도 사회문제 참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양대 1인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인 입장 표명 또한 예외가 아니다. 단, 학생들의 의견이 수렴되었을 때 이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단국대 1인

 경희대 서가혜씨는 “학내 복지문제에 대해선 지금의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훨씬 나은 듯 보인다. 하지만, 총학이 사회문제에 대해선 굉장히 조용하다. 투표나 설문조차 하지 않는데, 아무리 비권이어도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의견수렴을 포기한 총학생회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학내에서 총학과 관련된 소란이 있는지 몰랐다는 조아라, 서소연씨(용인대 07)는 “우리도 집회는 안 가봤지만, 당장 학생들이 혹은 총학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은 학생들에게 설문이나 투표는 했었어야 한다고 본다. 학생들을 대표하는 입장으로서 발 벗고 나서도 모자란데 총학생회가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탈정치화’되었다던 대학에 분 집회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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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탈정치화 분위기 속에 총학생회가 정치적 입장을 취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강하게 거부감을 느꼈다. 이처럼 정치문제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대학생이라는 집단이 움직였던 것은 ‘집회의 현실’과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의 강압적 태도’에 대한 반발감이 크게 작용했다. 집회에 참가하는 개인 참가자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다시 학내에서 목소리를 내면서 학내 여론 또한 움직이게 된 것이다. 결국 학생들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여론이 총학을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이에 부응하는 총학이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자신들의 요구가 어떻게 관철되고 있는지를 바라보면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촛불의 바람막이가 되어준 총학생회와, 그러지 못한 총학생회를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정윤정 ON20기자(babymv@on20.net)
강희주 ON20인턴기자
윤혜진 ON20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