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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와 젝키, 그리고 원더걸스??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지금은?


이제는 어렴풋이 기억만나는 초등학생 시절, 본격적인 아이돌 그룹들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H.O.T., S.E.S., 젝스키스, 핑클은 대결 구조를 이루어가며 가요계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소위 말하는 빠순이, 열성팬 짓을 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 인 것 같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정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다른 팬들과 이야기하고 공연 따라다니고. 공방 가겠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몇 시간 동안 그 추운 겨울에 죽치고 앉아있고... 또 그때는 음반 판매량에 민감했을 때여서 그런지, 갖고 있는 돈을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사는 데 다 쓰기도 했다. 살 수 있는 만큼 사서 생일 선물은 그 CD로 대체했었다. 그런데 정말 그때는 나뿐만 아니고 많은 여중생, 여고생들이 그랬었다.


지금은 옷 가게로 변해버린 우리 집 앞 상가에는 아이돌 가수 전문 가게 같은 것이 있었다. H.O.T.가 캔디를 했을 시절에도 있었으니 10년 전에도 있었겠다. 그 안에는 항상 학생들로 붐볐다. 벽면에는 인기 있는 가수들의 사진, 포스터가 쭉 붙어있었다. 사진이 한 장에 400원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공감할 것 같은데, H.O.T. 캔디 시절 “먼지”같은 것 다들 하나씩 사지 않았었나 싶다. ‘빠순이’라는 단어도 이 때 생겼을 거다. 가수 때문에 자살하는 여고생도 있었으니.


그런데 그 당시 기억 가운데 인상(?)깊은 것 중 하나는 바로 “누나부대”다. S.E.S., 핑클 이 그룹은 열성적인 남성팬들이 참 많았다. 술자리에서 가끔 예전 이야기를 할 때면 꼭 S.E.S. 팬 핑클 팬이 한명씩은 있는데, 한번은 A가 “나 바다 좋아했는데”라고 하니깐 옆에 있던 B가 “난 핑클팬인데, 싸우자는거지?”라고 해서 다들 웃었던 적도 있다.


정말 말 그대로 그 시대를 주름잡던 아이돌 그룹들은 하나, 둘 해체하기 시작했고 가요계의 침체가 시작됐다. 새로운 그룹들이 제 2의 H.O.T.니 S.E.S.니 하면서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물론 현재 동방신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분명히 예전 H.O.T.와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압도적인 팬클럽 숫자에도 불구하고 H.O.T.나 S.E.S.의 포스(?)에 미치지는 못 한다. H.O.T.와 젝키, S.E.S.와 핑클 등 예전의 아이돌 그룹은 사회 전반적인 트렌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었다.


원더걸스, 원더걸스, 그리고 원더걸스 그런데 왜 하필 원더걸스일까?


아이돌 그룹, 그리고 가요계의 침체가 한창인 이때에 대학생인, 그것도 곧 졸업반인 내 눈을 끄는 검색어가 있었다. 검색어를 클릭하고 기사를 뒤져보니 “원더걸스”가 2주 연속 검색어 1위라고 한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는 머릿속에서 지울래야 지울 수가 없을 정도로 맴돌아 미칠 지경이었다. 학교 축제에서도 원더걸스만 4번이 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럴 때마다 일어서서 환호하는 남자아이들은 정말 예전의 S.E.S.와 핑클팬들을 연상시켰다.


도대체 얘네가 어떻길래 그런지 검색창에 계속해서 오르는 원더걸스를 클릭해서 동영상을 봤다. 처음으로 영상을 봤는데 어린 아이들이 ‘살랑’거리면서 춤을 추는 모습이 정말 귀엽긴 귀엽더라. 한창 가요계를 뒤덮었던 ‘덮어놓고 섹시’ 아이콘 대신 귀엽고 풋풋하고 그리고 또 나름대로 요염(?)한 모습이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여자인 내가 홀릭해서 원더걸스 동영상을 뒤지다니 나도 참 기가 막혔다. 포털 싸이트에는 박진영의 텔미 동영상도 돌았고, 군인 텔미 UCC도 돌기 시작하더니 경찰 텔미도 뜨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복학생 선배들이 수업들어가기 전에 원더걸스 동영상을 한번씩 보고 들어가기도 한다. 군대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자기 선임이 원더걸스 춤 시켜서 내무반 사람들이 모두 텔미 춤을 출 줄 안다고 한다.


블로그에도 원더걸스 노래에 대해서 하나 둘 씩 뜨기 시작했다. 특히나 노래 자체에 대한 글이 참 많은 것 같다. 어느 싸이트를 들어가도 사진이든, 노래든 할 것 없이 원더걸스  이야기가 맨 앞을 차지한다.


최근 원더걸스뿐만 아니라, 소녀시대, 카라, 베이비복스 리브 등 연령대도 어리고 예쁘고 외모도 착한 여가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가요계가 침체되었다는 것 말고는 도대체 무엇이 원인인지 딱히 잡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요새 원더걸스가 보여주는 돌풍은 가요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원더걸스, 언니만한 동생될까?


어떤 이들은 왜 원더걸스가 인기인지, 왜 Tell me가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확실한 사실은 현재 원더걸스가 가요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나같이 지금은 가요계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도대체 얼마 만에 특정 가수의 영상을 찾아보는 것인지 모르겠다. 빠순이 시절의 기억이라고 해야 하나, 그 때의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빠순이라는 단어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조건 지지만 해서 싫어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뭐 여하튼. 그런데 지금 그 때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글쎄,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정말 무분별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빠순이라서가 아니고 원래 그 나이대가 그래서 그렇지 않나 싶다. 돌이켜보면 내신에 찌들고 수능에 찌든 시절, 아이돌을 쫓아다니면서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끔씩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 내 자신이 좀 부끄럽기(?)도 하고 웃음이 나온다.


원더걸스가 지금 우리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본다. 입시에 학점에 취업에, 군생활에 회사생활에 찌든 일상에 중독성 강한 “Tell me Tell me tetetetetetell ~ me”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원더걸스. 단순하게 가요계 인기 순위가 아니라 문화 전반에 잔잔하게나마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원더걸스에게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Tell me"라는 노래하나에 의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노래하나 띄우고 ”빤짝“하고 사라지는 가수가 아니라, 나올 때마다 기대하게 만들고 일상의 신선한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그런 그룹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