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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와 소녀, 대중을 사로잡다

대세는 원더걸스? 소녀시대?


다른게 아니라 올 가요계 하반기, 89년생부터 92년생까지 파릇파릇한 10대 소녀들로 구성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뭇 남정네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대고 있다.


개인적으로 SES와 핑클의 감히 웃지 못할 대결 구도를 보고 자랐는지라, 그들을 떠올리며 이 어린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감회가 사뭇 남다르다. 중학생 시절, 집으로 돌아오는 학원 버스 안에서 SES와 핑클의 멤버들을 마치 선택만 하면 사귈 수 있을 것처럼 힘겨워 고르고 있던 남학생들의 귀여운 대화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렇게 SES와 핑클을 영원한 우상으로 생각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 귀여운 남학생들이 2007년, 다시금 이 어린 소녀 그룹들에게 열광하고 있는 것은 사실 흥미롭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는 것 같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는 각각 비슷한 시기에 싱글과 정규 1집 앨범을 발표했다.

사실상 원더걸스는 올 해 2월 싱글앨범 아이러니를 들고 먼저 대중들에게 선보인바 있으며, 이들은 당시 박진영이 야심차게 준비한 첫번째 ‘10대 소녀그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송계에서 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m.net에서는 그들의 다섯 번째 멤버를 선발하는 오디션을 기획하여 이들의 준비과정을 방송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소녀시대 역시 슈퍼쥬니어의 뒤를 잇는 10대 여성그룹으로, 아홉 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멤버와 예쁘장한 얼굴, 획일화된 착한 몸매를 상큼하게 발산시키며 심상치 않은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승부


원더걸스는 현재 9월 정규 1집의 타이틀 TELL ME 로 선풍적인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 노래는 신나는 댄스곡과 더불어 복고풍의 춤과 의상과 함께 기존 여가수들과 차별화 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또 한 텔미, 텔미, 테테테테테텔미~ 와 같은 후렴구 부분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따라 부르지 않고는 못 베길 만큼 심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소녀시대는 반면 8월 데뷔를 시작으로 신인답지 않은 행보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도 처음엔 원더걸스의 노래가 너무 단조롭다 싶어서 그리 호감을 느끼지 못한 반면 소녀시대의 노래는 기존 SM 출신 가수들이 부르는 정형화된 노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오히려 듣기 편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치지 않고 텔미텔미를 흥얼거리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또 한 그녀들의 연령적 ‘언니’로서 꼬집고 싶은 볼살을 가진 상콤달콤 아가야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잔잔하게 퍼져나간다. (결국 나는 원더걸스 빠순이임을 아주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바이다)


원더걸스는 춤 역시 지나간 텔레비전 프로에서 한번쯤 봤음직한 익숙한 동작이 주를 이룬다. 그러한 복고풍의 댄스가 원더걸스라는 다섯 명의 깜찍한 소녀들의 안무를 통해 보여지므로써 귀엽고 톡톡튀는 이미지를 더욱 부곽시킨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이러한 원더걸스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보인다. 원더걸스가 다섯 명의 각기 다른 개성을 다양하게 시각화하는데 치중하고 있다면, 소녀시대 9명은 모두다 같은 의상을 입고 나와 그들 각각의 개성보다는 그들 전체로서의 이미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의상뿐만 아니라 긴 생머리에 짧은 치마로 모두 획일화 되어있는 그녀들은 무대에서 마치 하나의 형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그들의 이미지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원더걸스는 정규 1집을 들고 나오면서 멤버 각각의 이미지를 확실히 차별화 하고 있는 반면 소녀시대는 아직까지 아홉명 각각의 개성을 충분히 살리는 무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원더걸스와 달리 지극히 ‘소녀스러운’ 집단적 이미지를 가지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왜, 남자들이 말하는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 가녀린 몸매, 소녀시대는 남자들이 기존에 입버릇처럼 말하던 전형적인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많은 오빠들이 진심으로 보호해주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원더걸스는 UCC 열풍


중독성 있는 노래, 텔미의 인기는 현재 ucc에 불고 있는 텔미 안무 따라하기 열풍만 봐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 뿐만 아니라, 군인, 심지어는 경찰까지도 그녀들의 춤과 모션을 따라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소녀시대의 안무와 비교하여 원더걸스의 안무가 노래의 후렴구처럼 반복되어 따라하기 쉽다는 것도 이토록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인기 이유 중 하나이다.


라이브는 빈약-_


또 한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기획사에 몸담고 있는 그룹들이니만큼 그들 뒤에 버티고 서 있는 jyp과 sm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더걸스는 데뷔 초부터 박진영과 비 등 같은 소속사의 가수들에게 훈련 받는 모습들을 많이 노출시켜 왔다. 박진영에게는 솔직히 외모는 뛰어나지 않아도 실력은 보장한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그래서 처음에 이런 어린 원더걸스에게 임정희나 비와 같은 실력을 기대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솔직히 요즘 원더걸스의 라이브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귀여운 이미지와 달리 심히 거슬리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원더걸스의 라이브조차도 사람들에게 그저 귀엽다, 라는 이미지 중 하나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녀들의 그 귀여운 이미지에 가수로서의 실력이 어물쩡 넘어가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 라이브 부분에 있어서는 소녀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소녀시대는 한 특정 프로에서 모두가 다 라이브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립싱크를 해서 원성을 샀다. 아이돌 그룹이라고 해서 라이브를 못한다는 핑계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전과 달리 라이브는 가수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두 그룹 모두 댄스 곡을 부르고 있는 것만큼 춤을 추면서 호흡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그들은 나이를 초월해야 하는 대중가수이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 이들을 옹호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닌 듯 싶다.


갓 스무살이 된 이 어린 소녀들의 활동에 역시 한 사람의 팬으로서 이미지로서 승부하기 보다는 실력으로서 당당히 가요계를 장악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