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하루 3시간 수면, 취업에 '올인'

새벽 5시 반, 현재 대학 졸업반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동렬씨(26)는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취업정보까페에 들어가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 하루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예요, 아침에 한 번 잠자기 전에 한 번씩 들어가서 새로운 공고나 자소서(자기소개서의 줄임말)를 훑어보면서 정보를 얻죠."

30분쯤 인터넷 까페를 훑어본 뒤, 그는 종로에 위치한 외국어 학원에 갈 준비를 서둘렀다. 그는 영어면접대비반 수업을 일주일에 3번 정도 듣는다고 했다.

"요새는 영어면접을 보는 곳이 많아져서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학원에 가면 대부분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이라 정보도 얻고 스터디도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예요."

한 시간 남짓 영어 수업을 들은 후, 학교로 향해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취업정보게시판 이었다. 취업정보 게시판을 꼼꼼히 훑어본 뒤 몇 가지 사항을 메모했다. 메모한 내용에 대해 묻자, 취업설명회 일정 등을 메모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수시로 문자를 보내주긴 하지만, 혹시 놓치는 것도 있을 수 있어서 중요한 건 따로 적어두는 편이예요."

개성보다는 일단 서류통과가 중요

오후 3시경 하루 수업이 끝난 후, 그는 또 어딘가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가 도착한 곳은 종로의 한 대형서점. 이 곳에서 그는 스터디에서 할 책을 골라야 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3번은 spa(상식)랑 자소서 스터디를 해요. 다음 번 스터디부터 새로 spa책을 시작해야 해서 책을 좀 보러왔어요."

스터디는 주로 일정량을 공부해 시험을 보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자기소개서의 경우는 인터넷 까페에 올라온 자소서를 출력해 분석해보고 직접 쓴 것을 서로 평가하는 식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인터넷 까페에 공개된 합격스펙을 보고 자소서를 부탁하는 리플을 남겨서 자소서를 받아요. 합격한 사람들 자소서니까 분석하고 되도록 비슷하게 쓰려고 연습도 하고 그래요."

그래도 자기소개를 하는 글인데, 비슷하게 쓰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일단 서류를 통과 하는게 중요하지 않냐고 되묻는다.

"면접까지 가기위해서는 일단 서류가 붙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개성도 좋지만 일단 합격한 사람과 비슷한게 안전하죠."

책을 고른 후 서점을 나오자, 누군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일주일에 1번하는 모의면접 모임의 멤버라고 했다.

서울의 한 여대에 다니고 있다는 임예진(23)씨에게 하루 일과에 대해 물어봤다.

"저도 오빠랑 비슷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 찾고 일주일에 2~3번 정도 자소서랑 면접 스터디를 해요. 또 일주일에 3번 정도 운동도 다녀요. 요샌 합숙면접도 생겨서 체력도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스터디 장소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취업'을 중심으로 맞춰진 지금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모두 그러니까 괜찮아요. 사실 지금 이렇게 해서 좋은 직장을 얻으면 충분히 보상 받는다고 생각해요. 잠깐 고생해서 좀 더 안정적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죠."

옆에 있던 임예진씨도 공감하는 듯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른 멤버들이 기다리는 스터디 장소로 향했다.

'안정된 삶'만을 위한 노력 아쉬워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이라는 신조어부터 '88만원세대'라는 말까지. 이십대들의 취업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대학 새내기 때부터 토익, 각종 자격증 취득, 기업 공모전에 몰두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꿈'의 성취를 위한 노력보다는 '안정된 삶'을 위한 노력이 늘고 있는 것은 왠지 모를 씁쓸함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