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해방전선] 출연배우들과 감독
지난달 27일(화) 밤,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리는 명동 인디스페이스(중앙시네마 3관)는 관객들로 꽉 차 있었다. 그날의 마지막 상영작인 <은하해방전선> 때문이었다. 표는 일찌감치 매진되었고, 일부 열성적인 관객들은 영화제 관계자의 양해를 구하고 서서 관람하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후, 윤성호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스크린 앞에 섰다. 곳곳에서 손을 들어 질문하기 시작했다.
Q. 첫 장편이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A. 본말이 전도된 양상이 있는데 (웃음) 제작비(1억 원)를 지원받았고, 12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에 맞춰 출품해야 했다. ‘주어진 예산과 계절’에 맞추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았다. 그래서… ‘연애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고. (웃음)
Q. 사회비판적인 장면이 종종 나온다.
A. 그런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는 온전히 ‘2007년을 드러내는 공기’로 쓰였다. 사회를 비판하려는 목적이 <은하해방전선>에서는 없다. 프로파간다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영재라는 캐릭터를 잘 살리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봐 주면 좋겠다.
Q. 영재가 실어증에 시달리는 장면묘사가 인상적이었다. 혹시 무성영화를 만들 계획은 없는가? (웃음)
A. 재미있는 생각인데, 사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무성영화스러운 장면들도 엄밀한 의미의 ‘무성영화’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구스 반 산트 영화처럼, 말이 적고 이미지로 채워진 영화를 더 좋아하긴 한다. 말 많은 영화는… 내 영화로도 벅차다. (웃음)
[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
Q. 각자가 뽑는 ‘명장면’을 말해줄 수 있을까.
A. (박혁권) 영화제 GV시간의 ‘소통 장면’이 아무래도…(폭소. 주 : 영화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윤성호 감독) 사실 자기자랑을 말하는 게 참 쑥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들에 대한 ‘뒤늦은 연애편지’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민망하지만, 나는 지금도 영화를 볼 때마다 혼자 글썽거리며 생각한다. “잘할 걸.”
Q. 후반부, 영재와 은하가 메신저로 채팅을 할 때 서로의 닉네임이 인상적이었다.
A. 영재의 닉네임(‘2000년에 25살이었던 영재’)은 <2000년에 25살이 되는 요나>라는 스위스 영화 제목에서 따 왔다. 이 영화 강추한다. 76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스위스의 ‘88만원 세대’를 예고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꼭 보길 바란다. (웃음) 은하의 닉네임(‘하루 10분씩 코펜하겐식 이별 연습)은 내가 이전에 만든 영화 제목에서 따 왔다. <하루 10분씩 그냥 들여다보기만 해도 코펜하겐식 이별 실력이 부쩍 느는 비디오>라는 단편이다.
Q. <은하해방전선>에는 ‘영화’와 ‘연애’가 큰 관계가 있는 듯하다. 배우들이 생각하는 영화와 연애의 비슷한 점은 무엇일까?
A. (임지규) 제 입장에서 설명하자면, 부족함이 많은 나 같은 배우는 이런 실수를 많이 한다. ‘내 연기하기에 바쁜 것’. 아무리 혼자 연기를 잘 해도 앙상블이 안 되면 좋은 연기가 아니다. 연애도 마찬가지 아닐까.
(왼쪽부터) 주연배우 서영주, 임지규
Q. 실어증에 걸린 영재를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A. (임지규) 설정은 실어증이지만, 내레이션을 포함해 대사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저번 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에서는 왕따 역을 맡아 대사가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많은 대사가 주어진 적은 처음이었다. 대사가 많은데다, 사회적 사안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힘들었다. 한-미 FTA나 스크린 쿼터에 대해 얘기하는 대사들은 짧지만,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하나하나 질문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고, 그때서야 연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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