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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서울독립영화제

"내 영화, 카페 같으면 좋겠다" <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 인터뷰

GV가 끝났다. 하지만 윤성호(30) 감독에 대한 궁금증은 다 가시지 않았다. 상영관을 나서는 그를 붙잡고 짧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우리는 원래 극장 안 벤치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을 함께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을 닫아야 한다는 극장 사정과, 독립영화 관계자들과 술자리가 예정돼 있던 감독의 사정이 겹치며 인터뷰 시간은 갑자기 늘어났다. 우리는 극장 근처 한 일본식 주점에서 1시간 넘게 감독과 ‘음주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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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



Q. <은하해방전선>이라는 제목을 지은 이유는?

A. ‘해방전선’이라는 거창한 말에 ‘지구’나 ‘민족’ 같은 단어보다는 여자친구의 이름을 넣고 싶었다. 왜 ‘은하’였냐면, 이건 최근에야 생각난 것인데… 왜, 만화가 고행석이 그리는 ‘구영탄 만화’ 있잖나. 불청객시리즈 같은 거. 그 만화들에서 여주인공 이름이 ‘박은하’인데, 내가 그 개릭터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웃음)


Q. 이전의 영화 활동이 궁금하다.

A. 군대를 다녀 온 2001년에 처음 <삼천포 가는 길>이라는 단편을 찍었다. 의외로 사람들이 호응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웃음) 활동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가 내 생각을 주의깊게 들어주고 내가 만든 문장들에 반응하는 것이 참 ‘희한한 경험’이었다. 이후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 <졸업영화> 등의 단편들을 만들었다. 초반에는 정치적 사안을 비꼬기도 했는데, 갈수록 더 개인적인 얘기로, 특히 연애이야기를 하게 됐다. <은하해방전선>은 지금까지 나의 단편 중 대중적인 부분을 한데 모은 영화이기도 하다.


Q. 영화 속 영재와 당신을 분리해서 보기는 어렵다. 영재 속에 자신의 모습은 어느 정도 투영돼 있다고 보나.

A. 애초 목표는 50:50으로 가는 것이었다. 허나 촉박한 촬영일정으로 인해 그러진 못한 것 같다. 대략 20%정도? 영재를 연기한 임지규씨의 성격도 나와 좀 달리 내성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규씨는 노력을 많이 했다. 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장면을 위해 그는 나의 전작 DVD 서플먼트를 보면서 나를 연구한 모양이더라. 결국 그 장면에서 지규씨는 ‘머뭇거리면서 할 말 다하는’ 실제 나와 거의 흡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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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재의 나이를 몇 살로 설정했는지.

A. 29살? 대략 서른 살 언저리의 청년으로 보았다. 우리나라 남자애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왜, 자신이 좀 안다고 생각하며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잘 하려 들지 않는 애들. (웃음)


Q. 과거와 현재, 환상과 현실을 계속 오간다. 순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A. 말의 연상작용으로 계속 영화가 이어지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파악하기 힘들 수 있겠다. 허나 이 영화는 스토리의 정확한 이해와 상관없이, ‘정서적으로 동감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재미를 느낀다면 충분히 영화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Q. 가족병력을 묻는 의사에게 “사촌 중 조선일보 기자가 있다”고 영재가 답할 때, 객석이 웃음바다가 되던데.

A. 물론 난 조선일보를 싫어한다. 그러나, 조롱하려는 의미로 그 대사를 집어넣은 것은 아니다. 영재의 캐릭터라면 그런 말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덧붙여, 그 장면을 보고 사람들이 웃을 때는 어떤 ‘공모하는 의식’이 깔려있다고 본다. 깔깔대며 ‘나는 달라’라고 생각하는 것. 그렇게 웃고 끝나는 것은 결국 세상을 바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Q. 영재가 이등병 시절 ‘영화로 만들 것’을 생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A. 지하철 장면은 실제 경험 여러 개를 섞어놓은 것이다. 그 같은 몇몇 ‘쑥스러운’ 체험들을 기억하고 있다. 어릴 적, 꽤 내성적인 아이였던 나는 주목을 받지 못한 편이었다. 그러니 내게 결국 영화는 ‘나를 알아달라는’ 일종의 응석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내 영화는 ‘카페’ 같았으면 좋겠다. 너무 뻔한 프렌차이즈 말고, 따뜻하고 인간적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카페.


Q. 혹시 20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

A. 영화보다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88만원 세대>도 좋은 책인데,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라 나까지 추천하긴 그렇고… 캐나다 사회학자들이 쓴 <혁명을 팝니다>라는 책을 추천한다. ‘개혁이나 진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참, 요새 이명박씨가 계속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 <논리야 놀자>같은 책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