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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잃은 기사의 영화 '택시블루스'

‘택시블루스’

 11일 명동 인디스페이스에서 최하동하 감독의 영화 ‘택시블루스’ 기사시사회가 있었다. 독립영화에다 단관 개봉하는 영화라 독립영화관으로서 인디스페이스가 더욱 의미를 가진다며 인디스페이스 관계자가 말했다. 영화개봉 때문에 뉴욕에서 잠시 들렀다는 감독은 그냥 영화 잘 봐달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자리를 비웠다. 이윽고 시작한 영화‘택시 블루스’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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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친 택시 운전수의 눈에 비친 세상

 영화 전반적으로 택시운전을 하는 감독이 겪는 현실을 볼 수 있다. 하루 수납금 10만원, 신불관련 전화, 가당찮은 손님 태우기, 인사불성이 된 손님 내려주기, 돌아왔다며 요금 덜 낸 손님 한 대 치고 오기 등등. 모든 게 다 곤욕스럽고, 힘들고 지치는 일뿐이다. 영화의 어두운 화면들, 몰카처럼 접근하는 그의 표현방식들이 이런 기분을 배를 시키고 있다. 그가 보는 인간은 이렇게 회의적이란 말일까? 홍보포스터에 붙어있는 인간적이란 멘트가 무색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감독. 고정된 카메라를 통해 그대로를 담아내고자 했던 감독. 하지만 감독은 이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하지만 매우 짜증나게 이들을 묘사하고 있다. 사람을 태우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최소한 감독 자신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조그마한 것을 찾긴 했을까. 영화 내내 내가 본 건 짜증나는 일상을 달리고 있는 한명의 택시운전수였다.

개입하지 않는 운전수

 들려오는 ‘탄핵’‘故김선일씨 피살’‘아나운서 사망’등의 라디오 멘트, 유년시절의 기억, 때로는 한 대치고 보호하기도 하면서 다루는 손님들 그는 모든 영역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상황에 절대 개입하고 있진 않다.

 이런 감독의 입장을 제일 잘 표현한건 크레딧이 다 올라간 다음 등장하는 장면인 듯하다. 고양이 시체를 차로 빙빙 도는 그의 시선. 가까이 다가간 듯 보이지만 멀리 떨어져서 클로즈업하고, 이내 줌아웃시킨다. 그는 영화 내내 자신의 택시를 타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심으로 듣고 있진 않다. 서울 시내 높은 곳에서 촬영한 거리의 모습, 그가 그 어느 손님에게도 질문을 하지 않는 것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어디가세요?’ ‘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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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틸컷


 취객들, 혼란을 겪는 사람들. 그들은 자기가 가야할 목적지를 모른다. 가야할 곳은 아는데 어디로 가는지, 여기가 그 곳이 맞는지 자기 자신도 헷갈려 한다. 이는 이들을 태워주는 택시운전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시종일관 나오는 ‘어디가세요? 나도 몰라’라는 노랫말이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을 넘어서서 연민을 품게 하는 기사에게 불편감까지 느끼게 한다. 그의 ‘택시’를 타면서도 불안불안한 마음의 원인은 이거였나 보다.

 영화로 다가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트북에 앉아서 글을 써야하는 나는 ‘택시블루스’를 영화로 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Blues가 인간적이고 삶의 진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면서도 그래도 구석에 무언가 진정성이 있는 것을 찾고자 한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리뷰를 쓰면서도 많이 망설였다. 어쩌면 손님은 택시운전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택시운전사를 기사 이상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시선이 이렇게 나타난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만약 최하동하감독의 영화를 전에 봤었다면 이런 느낌이 덜 들었을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세상을 편하게 살고 있는 난 이해하지 못한 ‘택시블루스’. 누가 그의 이야기를 그가 손님에게 그랬듯이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주어온기자(babymv@hanmail.net)


**다음주 수요일에 레피니언 포스트에서
최하동하감독과의 인터뷰를 잡았습니다.
아직은 이해가 안가는 그의 영화에 대해
다시 한번 이해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