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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지 않은 길, 관타나모로 가는 길

선택하지 않은 길, 관타나모로 가는 길
_하지만 우리가 꼭 확인해 보아야 할 곳, 관타나모



파키스탄 출신의 청년 5명이 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파킨스탄으로 길을 떠난다. 
그리고 ‘누군가 힘들 때 아무것도 못해주면 그것도 힘들다’는 청춘의 정의감으로
아프가니스탄을 거쳐가기로 마음 먹는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그 곳으로 말이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청년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 과정을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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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떠난 평범한 다섯 청년에게 끔찍한 경험이 찾아온다.@사진출처 : 필름포럼


하지만 그들의 고난한 여행 목적지는 파키스탄이 아니라 바로 ‘관타나모’였다.
관타나모는 쿠바의 미군해군기지에 위치한 테러범 수용소다.
쉽게 말해 그곳은 영화 속 부시의 말처럼, ‘우리와 가치가 다른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일단 테러범으로 지목된 죄인 아닌 죄인들은 끊임없이 테러범이라는
자백을 요구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수용된 500명의 수감자 중 10명만 기소됐으며, 실제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전혀 없다고 한다.
대체 관타나모의 진실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파키스탄으로 떠난 영화 속 다섯 명의 청년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영문조차 모른 채 관타나모에 수용되게 되는 과정과 수용소 생활을 겪으면서 우리에게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이 세상은 이러한 진실이 있노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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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으로 가는 길이 끔찍한 지옥으로 가는 길이 되어버리다. 힘이 없으면 눈도 귀도 입도 내 것이 아니다. @사진출처 : 필름포럼



아프간 여행은 그들에게 끔찍했다. 안전할 줄 알았던 그곳은 미국으로부터 연일 폭격을 받고 서민들은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친구 둘을 잃었다.  그저 보통 젊은이들처럼 함께 어울리고 사고도 치던 다섯 청년이 순식간에 테러범들로 지목되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할 만한 고통을 겪는 과정은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우연적으로 또 얼마나 일상적으로 위험의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위험한 상황에 놓인 이들은 그곳에서 핏빛 진실을 알게 된다. 세상의 끔찍한 진실의 단면을.

반군 테러범으로 붙잡혀 결국 관타나모로 수용된 이들은 그저 번호로만 불리며 동물원
쇠창살 같은 곳에 갇혀 자유로운 거동을 제약받는다. 그리고 고문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이
테러범이라는 자백을 요구받는다. 고문을 이기고 순결함을 증명하느냐, 고문에 지고 테러범이 되느냐. 
그건 그렇고 대체 이들은 왜 관타나모에 갇혀 있게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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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타나모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 존재는 과연 정당한가@사진출처 : 필름포럼


왜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를 자백하라고 강요받고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아프간 서민들은 왜 선택하지도 않은 전쟁에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당하는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아프간 반군으로 몰려 잡혀온 청년들에게 미군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여기 왜 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지만 너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거야’.
그럼 왜 온지를 안다는 그들은 왜 왔던가. 무엇을 추구하기 위해서. 부시의 말대로 우리와 다른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몰아내고 하나의 가치로 단결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일까.

2년여 간의 끔찍한 고통에서 드디어 청년들은 무혐의로 풀려나지만,
이제 ‘세상은 좋은 곳이 못돼요’라고 말하는 흔들리지 않는 슬픈 청년의 눈빛은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
이미 세상의 끔찍함을 몸소 체험한 이들에게 한번 몸에 남은 고통스런 기억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럼 영화를 보는 이에게 세상은 좋지 못하다는 회의감으로 끝일까. 아니다.

이 영화는 희망의 여운을 남긴다. 관타나모에서 테러범이기를 지독하게 강요받던 세 청년은 끝까지 거짓 자백하길 거부했다. 오히려 지독한 회의에서 피어난 긍정의 의지가 더욱 단단하듯이.

‘망가지거나 혹은 강해지거나’라고 말하는 청년들은 순간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존재를
망가뜨리기보다 강해지기를 택한 것이다. 이것이 곧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그리고 끝까지 버티어 무혐의로 풀려난 청년들은 그래도 다시 삶으로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 세상은 좋은 곳이 못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끌고 전진하겠다고 다짐한다. 끝까지 놓지 않은 자신 삶을 좋지 못한 세상 속에서 더욱 지켜내기 위함이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그렇기에 영화 이야기를 통해 상대적인 내 행복으로 위안받아서는 안된다. 다행히 나는 더 행복하다는 걸로 단정해서도 끝내서도 안된다. 
끔찍하지만 관타나모는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끔찍한 진실을 마주해야만
끔찍하지 않은 세상에 살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을 마주할 수 있도록  우리는 관타나모에 대해, 아프간 전쟁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하나의 의무이다.


오산이 기자 (ymj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