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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된 사랑, 영화 ‘여름궁전’


10월이다, 가을이다. 온 몸에서 감성이 피어올라 못 견디게 충만할 계절.
사랑을 이야기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이야기, 사랑.

출렁이는 감성을 안고 사랑 얘기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 여기 상처가 된 사랑이 있다. 영화, ‘여름궁전’ 영화는 개인의 삶에 녹아 있는 사랑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사랑이란 내 삶에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한 해의 반을 넘어가는 경계에 있는 가을, 사랑을 추억해보고 사랑을 만들어보자. 사랑, 그건 곧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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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뜨거운 사랑, 자유로운 방황. 로예 감독,2006 ⓒ네이버



‘나를 뒤흔든 청춘의 사랑, 여름 궁전’

청춘하면 사랑이다. 사랑으로 다듬어지고 사랑으로 부푸는 청춘, 젊은 시절 사랑이라는 뜨거운 열락에 사로잡혀 여전히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여름궁전’ 이 영화는 바로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다. 단순한 연애이야기가 아니라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수없이 드나드는 온갖 감정들, 방황, 불안 고통 행복 들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곧 삶이다. 그것은 곧 우리들의 모습이다.

청춘남녀의 사랑은 푸르디 푸른 나무들처럼 싱싱하지만 그만큼 햇볕에 생채기 나기도 싶다. 제동 걸리지 않은 감정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 역시 그렇다. 주인공 위홍이 독백하는 다이어리의 내용은 젊은 날의 방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열대야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듯
바로 그 해 여름, 긴긴 방황이 시작됐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었으니
그게 바로 사랑이었던 것이다.

중국을 배경으로 1987년부터 10여년동안 젊은 남녀의 궤적을 보여주는 영화는, 1980년대 후반 대학생활을 했던 중국 젊은이들의 삶을 재구성한 듯하다. 특히 1989년의 천안문사태를 세미다큐형식으로 재구성하면서 특정한 시대에 청춘을 보낸 젊은이들의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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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80년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그 시절에 중국대학생을 움직이게 한 '천안문 사태'가 있었다 ⓒ네이버



젊은 시절의 사랑은 서투르고 감정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의 주인공 위홍은 솔직하다. 사랑에 있어서 더욱 솔직하다. 사랑하는 저우웨이에게 마음껏 의지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그럴수록 그녀는 두려워진다. 불안해진다. 그래서 섹스를 한 후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우리 헤어지자.’‘왜?’ ‘내가 너를 버릴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렇게 사랑의 불안함을 숨기지 않는다. 자유로우니까. 외로우니까. 어차피 죽음을 향해 가는 시한부 인생이기에.

그를 사랑할수록 힘들어진다
사랑이면 다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환상이었다. 치명적인 환상.
사랑은 고통이다. 고통이 거기에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삶은 꽤 길고 자신은 아직 젊다는 걸 느낀 위홍은 열정적인 사랑 뒤의 무덤덤함을 못견디게 된다. 열정적이었기에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위홍은 저우웨이를 너무 사랑했고 뜨겁게 섹스했고, 그래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까지 끌어다쓰며 사랑 때문에 정신없이 방황한다.

아 너를 사랑하는 것이 왜 이렇게 힘이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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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그 해 여름...그냥 웃고 싶습니다 사랑 앞에, 이별 뒤에, 욕망의 저편에서... ⓒ네이버


하지만 자꾸만 상처가 되는 사랑에 질려버린 위홍은 대학을 떠나 버리고 그 시절 함께 어울렸던 젊은이들도 제각각 흩어져 제 삶을 꾸려 나간다. 하지만 10여 년을 채우는 시간동안 위홍은 여전히 지우웨이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자신을 늘 따라다니는 옆의 빈자리에 대한 외로움에 순간을 함께 해줄 남자를 끊임없이 찾는다.

인간은 혼자이며
눈앞의 죽음을 피할 순 없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이 내곁에 있으면 나는 행복해

영화에서 결국 위홍과 저우웨이는 다시 만난다. 그들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젊은 시절처럼 아직도 방황하는 자신을 잡아줄 사랑을 찾은 것일까.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이제 사랑을 이야기할 때

사랑 때문에 속상해서 길을 걷다가도 멈춰서 눈물을 쏟아내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가 사랑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나를 흔든다.’는 걸. 이렇게 삶을 흔드는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 여름궁전.

‘여름궁전’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얼굴은 굉장히 슬퍼 보인다. 주인공 위홍은 한 때의 사랑이 삶을 관통해 아무리 살아도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으로 외로워한다. 삶의 모퉁이마다 지우웨이가 날아와 심장에 박힌다. 사랑 때문에 자신을 망쳐버린 것 같은 위홍은 자주 운다.

젊은 시절 이토록 치명적인 사랑이 있었던가,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가.

위홍은 말한다. 사랑이 상처가 되었다고.
아직 아물지 않은 사랑의 상처를 가진 자들이라면, 혹 현재의 사랑이 상처가 될까 불안한 청춘이 있다면, 아니 사랑에 대해 무관심한 자라도 좋다. 이 영화를 보고 사랑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보자.
그래 사랑은 고통스러운 거라고, 아니 사랑에 그렇게 휘둘리는 것이 삶은 아니라고.



영화가 중국에서 상영이 금지됐었다고 한다. 무엇이 이 영화를 중국당국으로 하여금 불온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는지 알아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