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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남북정상회담, 민주노동당 vs 한나라당

“통일, 평화, 협력을 논하는 자리가 되야…”
    vs “북한에 ‘퍼버리기식’사업을 진행해선 안된다”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동상이몽



  18일 오전 민주노동당에서는 15일 밖에 남지 않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의제설정과 관련된 세미나를 준비했다. 그리고 4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한나라당이 같은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성향이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정당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이야기 하는 것은 앞으로 이 회담이 진행될 때 두 진영이 필연적으로 대립하게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이들이 각기 주장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풀어야 하는 과제, 그리고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은 무엇일까? 남과 북이 진정한 통일로 나아가고, 북의 인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내는 것. 이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 두 정당이 본질을 왜곡하지 않은 채 ‘순수한 의도로’ 접근을 하고 있는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
“천지개벽하는 정세가 온다” “통일, 평화, 협력을 논하는 자리가 되어야…” “공통성을 지향하는 통일기구를 형성해야…”


  먼저 오전에 있었던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는 공계진 민주노동당 정책위 부의장의 사회로 김민하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김은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의 발제로 이어졌다. 다소 초반에 지난 2000년도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충격적인 만남을 회상하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향후 방향에 대한 토의가 원활하게 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웠다.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의제와 당의 역할은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었다. ‘통일, 평화, 협력’을 기반으로 한 의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사회적 여론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미동맹 파기․주한미군철수․국가보안법철폐 등을 이뤄내야 한다와 같은 논리로 전개가 되었다.


한나라당
“3可3不의 원칙을 지켜야한다” “임기말 정치적 의도로 인해 국가이익을 훼손해선 안된다” “차기 정권에게 부담주어선 안된다”


  비핵화와 NLL사수를 걸고 나선 한나라당은 어떻게 봐야할까. 개회사때부터 한나라당은 분위기를 마구 띄워줬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도움이 되도록, 실질적으로 퍼주기에 위기의식을 가졌으면 한다’라는 발언으로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시종일관 정상회담을 임기말 정략적인 의도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남북회담에 기여한 대선후보 스타만들기로 비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정책은 ‘3可3不’. 3가지 반드시 논의해야할 것으로 △북핵 폐기에 대한 확실한 답변 △분단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납북자문제/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는 것 △군사적 신뢰 구축하는 것을 제시했다. 그리고 3가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안으로 △국민차원의 토론이 없는 조약(퍼주기식 사업 방지를 위해) △영토문제 해결 : NLL 재확정 △ 국민부담을 가중하는 대규모의 지원에 대한 제안을 하였다.


  자, 우리가 봐야할 것은 무엇인가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통일, 평화, 협력’이라는 의제는 진정한 통일을 위한 방향으로 설정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방향’이지 실현시킬 수 있는 논의가능한 사안이 될 수는 없다. 이 날의 토론회 분위기만 이런 것이었는지, 아님 정말 실체가 그랬던 건지는 두고봐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나타내는 자리에서 의제에 대해 부각시키지 못하는 것 또한 능력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준비는 잘했지만 이들이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실현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정략적 의도로 매도하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태도나 북한의 인권을 주장하면서 ‘퍼주기’ 방지를 위한 계산기 두드리는 행태는 한나라당이 통일을 원하고 있는지조차 의심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현상적인 문제를 들먹거리며 본질에 대한 접근을 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의 논리는 통일을 위해 먼저 부수어 놓아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민주노동당이 갖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통일에 대해 우위의 프레임을 갖고 있지 못한 진보진영으로서의 부담감은 당연히 클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큰 사안이다. 이후 통일의 흐름, 대선의 방향, 그리고 앞으로 있을 정치의 방향에 영향을 크게 미칠 중요한 사안인 만큼 민주노동당은 분위기를 주도해나갈 필요가 있다.


  게다가 어제 정보통신부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13개 단체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북한 관련 게시물을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북을 주적으로 삼고 있는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방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할 수 있을까? 여기서 통일을 진정 원하는 세력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민주노동당이 크게 움직이길 기대한다.



정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