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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회찬후보의 과오, 경선의 판도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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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부터 시작된 민주노동당 경선이 부산지역을 찍으면서 서울로 북상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권영길후보가 자신의 네임밸류와 막강한 조직력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고 심상정도 여심을 공략하며 지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의문되는 것은 노회찬의 추락이다.


노회찬은 17대 국회의 막차를 타고 정계에 등장했다. TV토론에서 보인 그의 맛깔스런 입담과 그가 내세운 삼성, 소상인정책 등은 권영길 대세론을 대체할 민주노동당의 스타플레이어가 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막상 2007 대선 경선의 뚜껑을 열어보니 1위를 목표로 했던 꿈은 사라지고 2위 자리마저 내줄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노회찬 후보 진영은 공개적으로 권영길 후보의 조직력을 비난하고 심상정 후보와 공동선거대응을 피력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선거의 열세를 인정하고 수세적인 후퇴를 의미하고 있다. 경선 초기 ‘철세 정치의 가능성’이란 권영길 후보 진영의 직격탄을 맞고 노회찬 후보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결과가 이렇게까지 될 정도로 노회찬 후보 진영이 무력해질 것을 쉽사리 예상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분석하다시피 노회찬의 결정적인 약점이 이번 경선을 통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노회찬 후보가 비판하던 ‘조직력’의 부재가 다시 부메랑이 되어 꽂힌 것이다. 많은 사람을 조직하는 것도 조직력이라 할 수 있지만 소수라도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면 그만큼 조직력이 큰 것도 없다? 물론 지금은 온데간데 없는 조직이 되었지만 2002년 4500만을 움직였던 몇 만의 노사모가 그런 사고를 쳤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당내 기관지인 진보정치가 사고(?)를 쳤을 때 노회찬 지지진영은 이상할 정도로 대응이 미진했다. 선거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선대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참모진을 비롯 노회찬 후보지지자들은 진보정치 앞에서 들어눕던, 삭발은 하던, 단식을 하던 강력한 비판을 전개했어야 했다. 자신의 지지자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적극적인 의사를 표출하지 않았던 행위는 결과적으로 일반당원들이 바라볼 때, “노회찬은 주위에 사람이 없나보다” 혹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노회찬 지지자의 결집을 저해하는 계기가 되어 후보의 자신감마저 상실하게 만들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그러한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해서 노회찬 진영이 맹렬히 저항했다면 선거가 진행되면 될수록 노회찬 표 결집의 바람은 불었을지도 모른다. 혹자는 오히려 노회찬진영의 저항이 당의 분열을 야기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지 않는가 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진보진영의 단결은 유야무야 좋은게 좋은 것으로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설사 진보정치의 기사가 정치적 의도를 지니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선거 중의 결정적 타격이 되었다면 내부의 결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맞받아 칠 수 있는 카드를 꺼내야 했다.


노회찬 후보가 겨우 꺼내든 카드가 권영길 후보에 대해 “조직투표 문제있다”는 것인데, 어느 선거에서 조직투표가 없을까? 모든 선거에서 결정적인 요인은 조직투표에 달려있다. 심지어 국민경선도 아닌 당원투표에서 조직투표가 부당하다는 건 웬 말인가. 그럼 인기투표해야 한다는 말인가?


더욱 안타까운 모습은 심상정 후보와의 공동선거 대응이다. 향후 판도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 추세라면 2,3위가 바뀔 가능성이 다분하다. 노회찬의 지지표가 이탈해서 권영길, 심상정 표가 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술로 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악수가 아닌 듯 싶다.


권영길 후보가 ‘권영길의 당’이라는 독보적 이미지와 조직력, 심상정 후보는 ‘진보의 여심’이라는 강력한 여성과 막강한 TFT를 구축하고 있다면 노회찬 후보는 ‘본선의 바람’을 일으킬 존재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역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대응전략은 노회찬의 ‘자신감’이라는 장점을 순식간에 단점으로 변화시켜 버렸다. 현재 상황에서 공동대응 전술은 당원들에게 자신 없는 행위로 비춰져 그의 선택은 모래바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대선 투표 직전 노사모가 끌고 왔던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에 민주노동당 이탈표가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바로 그 2002년의 민주노동당의 모습이 노회찬의 선거논리 구조와 비슷하다. ‘사표심리?’ 말이 쉽지, 그들의 단결된 조직력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탈해 갔던 것, 그들의 논리에 휘말렸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당정치를 하는 이상, 마이너의 논리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가지고 진보의 정치를 펼쳐야 할 때다. 노사모와 노회찬진영의 차이, 1위가 반드시 되고픈자와 그렇지 않은자의 차이, 너무도 결정적이다.


대선본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노회찬의 과오를 이제 다시 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2002년과 같은 흐름이 반복될 수는 없지 않은가. 진보는 변화하기 때문에 진보다. 과거를 넘어 2007년에 진보의 돌풍이 한국사회를 강타하길 희망한다.


노회찬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회찬 후보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번을 계기로 좀 더 발전하길 바라며 끝까지 진보진영이 이번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유지훈 기자 (powertomov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