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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명박, 교육철학 없고 경쟁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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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보는 '3불정책' 폐지를 시사했다. Ⓒ 한겨레

지난 9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이른바 '단계별 대학입시 완전 자율화' 에 관한 교육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3불 정책 폐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한 후로 교육정책에 관심이 적어졌기 때문에 어떤 입장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이 후보의 교육정책에 관한 내용을 접하면서 이미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온 것에 안심했다.

고교 평준화로 고등학교 입시에 대한 부담이 없던 기자 역시,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면 '야자'가 가장 먼저 생각나고 그 다음이 교실을 장식하던 입시에 관한 명언 아닌 명언들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고등학교까지 입시를 위해 열심히 뛰어서 마침내, 고3이라는 지위를 갖게 되면 '범국민적 협조와 관심' 속에 수능을 보는 그 날까지 매 순간 입시에 대한 부담을 마주해야 함을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더불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까지 덜어 주겠다는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교육정책을 찬찬히 보자면, 고등학교 입시에 대한 부담과 사교육비 지출을 늘려 고3 즈음에는 면역을 생기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입시 명문' 부활의 가능성


이번 교육정책의 내용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평등성에 수월성과 다양성을 더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과 같은 한 줄 세우기식의 대학서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름만 바꾼 '자율형 사립고' 100곳과 '기숙사형 공립고' 150 곳을 설립하는 것이 과연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일까?


현재의 '자립형 사립고'와 유사한 형태인 '자율형 사립고'가 입시 명문이 될 가능성은 농후하며, 중소 도시 및 농어촌에 설립하겠다는 '기숙사형 공립고'는 지방 명문고의 부활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 명문'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과 사교육비의 부담을 안게 되고, 학교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진학률'을 높이기 위한 입시학원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또한 이명박 후보는 '장학제도 강화'를 통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사형 공립고'가 현재의 특목고와 같이 입시명문화 되어 진학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들이 발생한다면 그 효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자율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


사실, 필자가 이미 고등학교 입시를 마쳤음에 안심했던 부분은 '3단계 대입 자율화' 로 이 후보는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한다.


대학이 학과별로 특성에 맞춰 반영요소를 자율화하는 것을 시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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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층면접 대비학원이 밀집한 서울의 한 학원가 Ⓒ 한겨레

로 마지막에는 대입 완전 자율화를 이룬다는 것인데, 학생부 성적을 대학이 선택적으로 반영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게 학교교육을 정상화 한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대입이 완전 자율화가 곧 본고사 부활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이 후보의 말은 변별력 확보를 이유로 심층면접을 사실상의 본고사처럼 활용하는 상황에서 신뢰하기 힘들다.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출제할 가능성이 높은 본고사가 부활된다면, 학교 수업만을 충실히 들은 학생과 높은 사교육비를 감당할 경제력이 있어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학생 간의 경쟁의 결과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과연 이명박 후보가 말하는 공교육 정상화가 이런 것인지 궁금하다.


이번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교육 정책에는 '자율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그의 신자유주의적 경제관이 깔려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율경쟁을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식 '자율경쟁'은 분명 '불공정한 경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율성과 다양성을 내세워 이러한 불공정한 경쟁이 마치 정당한 것처럼 포장되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한 국가의 교육 정책은 어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비랑 기자 (nabi60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