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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0분 토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명박, 절반의 웃음과 국민들, 절반의 허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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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100분 토론회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명박과 함께 그의 공약에 관한 토론과 시민들의 청문회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현재 지지율 50프로가 넘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만큼 그 시청률이 같은 시간대의 민주신당 대선후보의 합동토론회보다 1~2프로 가량 더 높았다고 한다.


이것은 이명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후보보다도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를 지지하던, 지지하지 않던 간에 현재의 상황이 그만큼 그가 높은 고지에 올라서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에 비해 이번 토론회는 그만큼 양질의 토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평소 손석희의 100분 토론을 즐겨보던 한 시청자의 입장으로서도 이번 토론회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필자가 느끼는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으로 이번 토론회를 톺아보고자 한다.


일단, 한마디로 말해서 이번 토론회는 흥이 나지 않았다. 즉,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재미가 없었다는 것은 100분 토론에서만이 가져 왔던 신랄한 비판과 반박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열띤 논쟁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00분이란 긴 시간을 소비해서도 모두 말하지 못한 그의 새로운 공약들은, 전문가 패널과 시민논객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통해서 매번 난관에 부딪혔지만, 이명박의 얼굴에선 당황한 기색도, 이렇다 할 반박의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2007 대선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이다. 50프로가 넘는 지지 세력이 그를 뒷받침하고 있다 해도, 반대로 50프로에 육박한 비 지지세들을 그는 간과하여선 안된다. 이번 토론회에서 그는 이러한 비 지지세력들의 호감을 얻기 위한 준비를 중점적으로 해왔을 것이고, 그에 대한 방법으로 그는 패널들이 묻는 말에 거의 대부분을 웃음으로 답해주는 센스를 발휘하였다. 물론, 웃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토론회는 오천만 국민의 미래를 책임질 한 나라의 대선후보가 자신이 심사숙고하여 내 놓은 공약을 놓고 시시비비를 논하는 자리였다. 더군다나 그가 내놓은 공약들 모두가 웃음으로 시작해서 시시한 탁상공론의 얘기로 끝마치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과 인력, 그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100분의 토론 중에 저 사람 갑자기 왜 저렇게 진지해졌어, 하고 느낄 만한 부분은 한 패널이 ‘도곡동 땅’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였던 것 같다.


토론에 임했던 그의 태도와 더불어 또 한 가지 의심이 됐던 건 이명박이 고의로 그런건지, 정말 몰라서 그런건지는 잘 몰라도 그의 대답이 질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고 계속 겉돌았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이렇게 느낄 정도였는데, 힘들여 토론을 준비한 패널들은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간다.


국민들이 원했던 토론회도 이렇게 물 흐르듯 흘러가는 식의 것은 아니었다. 국민들에게 이번 토론회는 이명박이라는 대선 후보가 자신이 내놓은 공약의 타당성과 도덕성, 그리고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냉철하게 분석해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였다.



그런 자리에서 이명박 후보가 토론회에서 보여줬어야 할 모습은 좀 더 진중하고 냉철했어야 했다. 한 토론자가 이명박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 다음 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단어 한마디가 있다면 무엇이냐고. 그는 ‘소신’이라고 답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이명박의 ‘소신’이국민들에게 얼마나 전달되었는지, 또한 그가 ‘소신’을 입에 담아도 될 만큼 일관성이 있는 사람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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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코 푸는 이후보_팽!!!!_레피니언 포스트


토론 중 한 패널이 ‘남북 관계에 관한 방향이 계속 오라가락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명박은 “얼핏,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얘기했다. 설령 친구의 말과 태도에서도 우리는 그 사람의 성향과 생각을 읽어낼 수 있다. 이명박이 말하는 ‘얼핏’과 ‘조금만’의 개념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대선을 60여일 앞둔 상황에서 한 나라의 대선후보가 했던 말들로 그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읽을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권리이자 후보의 의무이다


국민들이 구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읽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한 국가를 이끌어나갈 대통령의 정책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후보가 이번토론회에 나와서 한 말은 그야말로 ‘어느 누구나’라도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동네가 잘 되길 바라는 동네 어르신들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 나라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토론을 이런 방식으로 밖에 할 수 없었는지 회의가 든다.


100분이라는 시간동안 필자가 느낀 토론회는 ‘이명박이 보여준 절반의 웃음과 국민들이 느꼈을 절반의 허탈함’, 이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