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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권영길, “국민여러분, 살림살이 ‘사바’하십니까?”

10월15일, 권영길 대선예비 후보 블로거 간담회



 선배 블로거들에게 잔뜩 쫄은 신참 블로거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주자는 과거 파리특파원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불어는 잘
하느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다른 것은 다 까먹었고, ‘사바’라는 단어가 기억난다고 한다. 불어로 'ca va'는 ‘괜찮아’라는 뜻이다.


 민주노동당은 여권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데도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민주노동당 당내 경선열기 이후, 이명박이나 민주신당 등 범여 주자들에 비해 권영길 후보에 대한 언론기사도 좀처럼 나오고 있지 않다. 그러던 와중, 권영길 후보는 개미언론인 블로거들을 찾아 개미들과의 대화를 청했다.


 10월 15일, 권영길 대선예비후보는 블로거 간담회를 곰tv의 G까페에서 진행됐다. 첫 번째로 진행했던 대선 후보 간담회와는 조금은 나아지는 듯한(?) 모습으로 많은 블로거들과 취재기자들과 함께 약 3시간여 동안 이루어졌다.


 오마이뉴스와 곰TV에서도 생방송도 하고 어딜가도 항상 탑에 기사를 올리는 쟁쟁한 블로거들과 함께 하자니 나 같은 초자 블로거는 조금 위축됐다. 하지만 뭐, 들이대는 것을 좋아하니, 안면을 몰수하고 제일 앞자리 부근에 앉았다. (참고로 나보다 어린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다양하고 쟁쟁한 블로거들이 있으니 천하의 권영길 후보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지, 사전에 열심히 준비하면서 일일이 체크하는 권영길 후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블로거들도 쏟아지는 질문마다 다양한 부분에서 쏘는 듯했다.


 문국현과의 연정?


 요즘에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연정에 관한 것이었던가. 이명박의 대항마에 대한 초창기 논의부터 이제는 문국현 후보와의 연정까지 거론되고 있었다. 사실, 범여권에서 정동영후보가 결정되었지만 정동영이 이명박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그 다음으로 거론되는 것이 문국현인데, 문국현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개혁, 진보진영을 껴안아야 할 텐데, 그 진보진영의 핵심에는 권영길 후보가 있으니 연정에 대한 풍문이 있는 것도 이해될 만 했다.


 권영길 후보는 이 질문에 “유한킴벌리 기업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면서 한편으로“문국현 후보는 사람경제를 내세웠는데, 사람경제를 내세우면서 한미FTA를 찬성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2002년 노무현에게 표를 빌려주고 민노당이 얻은 것이 없는데, 당시 잘 선택했으면 캐스팅 보드를 쥘 수도 있지 않았나” “어떤 것을 보장해준다면 연정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권영길 후보는 “‘노동부 장관자리주면 연정하겠다’는 식의 것은 하지 않겠다”라며 “이해타산의 연정이 아니라 가치의 연정이어야 하며, 그 가치는 민주노동당에 지속적으로 말해왔던 자주와 평등의 가치가 돼야한다.” 이 가치에 동의 한다면 그 이후 2단계를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블로거들이 그런 연정의 자리를 만들면 함께 하시겠는가”라는 질문에 권후보는“언론에 굶주리고 있다고 말한다던데” 라고 말하자 장내는 웃음으로 화기애애해졌다.


 사실 문국현 후보와의 연정은 불가능 할 것이라 판단된다. 하반기에 민주노동당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FTA저지문제와도 배치되고 자칫하다가는 변두리 제3의 정당으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영길 지지율 상승의 비책


 그렇다면 문제는 정체되어 있는 민주노동당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에 달려있다. 현재 갈 곳을 잃은 표들이 권영길 지지로 가지 않고 있는 데, 어떻게 이 표들을 권영길표로 결집시킬 것인가?


 이 물음에 권영길 후보는 “현재, 이명박 후보가 지지를 받는 것은 ‘서민들의 체념상태의 막연한 기대’라고 본다.”며  “<증세, 재벌해체, 노동시장유연화 반대> <-> <감세, 대기업 경제성장, 노동시장화 유연화> 이 구도로 이명박 후보와 맞짱 토론하면 반드시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정책적으로 본다면야 민주노동당이 꿀릴 이유가 없지만, 이상하리 만큼 대선 국면에서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은 그 이외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이유를 ‘현재 민주노동당은 참신하지 않다’ 라는 점에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거대담론이나 세부정책들은 좋은 데, 그것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하고 싶다.


 2004년 총선 이후 진보정당의 참신성은 주춤하고 있다. 사람은 진보적 주장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나 단체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을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 조차도 진보세력을 지지하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다니는 상황을 보아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진보적 주장은 진보적 방식, 새로운 시도 안에 있을 때 진보적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간담회 말미에 나도 왠지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아서 무턱대고 그냥 평이한 질문을 던졌다. “우울한 20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권후보는 “민주노동당은 20대의 짓눌린 교육부터 바꾸겠다. 세상은 20대에 의해서 변했다. 20대여, 세상을 바꾸기 위해 뛰어들자”고 답했다.


 20대가 권영길을 지지한다면 정체돼있다는 민주노동당의 상태는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 정체에서 참신으로, 비판적 지지에서 집권으로 변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권후보의 대답은 조금은 답답했다. “과연 이 답을 듣고 싶었을까?” 하는 질문을 내게 던져보니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답을 원한 질문을 한 걸까. 아님 우문현답을 듣고 싶었을까.


 현재 20대가 처한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실상, 신자유주의를 철회하는 방안밖에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말을 20대가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진보진영만이 가지는 특유의 참신함과 진정성이 발휘해야할 타이밍은 지금이다.


 386이 자기들 맘대로 붙인 이름 88만원세대. 진보와의 손을 잡고 싶어하는 이들, 그러나 쉽게 그 손을 잡기 어려운 이들. 이 세대들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진보, 그것이 민주노동당이 가야할 길이고, 권영길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새로운 시도의 대화, 누구도 할 수 없는 진보적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이 되길 바란다.


민주노동당 “사바” 하십니까? 

네 충분히 “사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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