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독립영화전용상영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서울독립영화제가 개막했습니다.
겨울이 찾아오고 마음도 스산한 것이 삶에 뜨끈뜨끈한 것이 필요했어요. 뭐랄까. 삶을 고찰해보고 싶었다면 좀 거창하겠고, 나를 찾아보고 싶었달까.
그러기엔 독립영화가 딱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립영화는 항상 여운을 많이 남겨 주거든요. 무엇보다 혼자 조용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독립영화들의 축제 '서울독립영화제'가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D
올해 주제는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라고 하는데, 독립영화 많이 보고 다른 삶은 가능한지 많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본격적인 상영회 첫 날, 장편초청작 김동호 감독의 '처음만난 사람들(Hello, stranger)' 을 봤습니다.
탈북해 한국에서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혜정, 탈북해 이제 막 하나원에서 수료한 진욱,
베트남에서 애인을 찾아 한국에온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 탕윤.
이들은 모두 이방인입니다.
그들이 한국에서 겪은 어려움과 문화적 충격, 고통을 카메라는 조용히 응시합니다.
숏은 또박또박 넘어가며, '배고픈 하루'에서도 느꼈듯 김동현 감독님만의 영화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진욱이 대형마트에 이불을 사러 갔다가 아파트 이름을 몰라 밤새도록 집을 찾아 헤매는 장면입니다. 길을 잃어본 사람이면 알 서글픔과 막막함.
그게 어느새 내 삶에도 투영됩니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여기서 이렇게 방황하고 있는가. 내 지금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 아닌가요.
영화를 보면, 혜정은 진욱을, 진욱은 탕윤을 힘든 처지를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줍니다. 인간미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지켜주려 합니다.
그리고 이제 곧 은퇴를 앞둔 한국인 형사. 그도 이 인물들과 만나고 얽히면서 고뇌합니다. 그는 돈이 없어 3만원을 훔친 탕윤을 붙잡았다가 결국 풀어주지요. 그는 마담에게 말합니다. '내 마음을 꼭 안아줘' 마음이 많이 고독하고 아팠나봅니다.
영화에선 이런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요?'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진욱과 탕윤, 진욱은 탕윤에게 그림을 그려보입니다. 한반도를 그리고는 북한에다 점을 찍고 주욱 그어 남한의 서울까지 잇습니다. '나는 여기서 여기로 왔어.' 탕윤은 베트남을 찍어 보입니다. 서로가 어디서 왔는지 알게 돼 기뻐하다 여운이 남는 질문을 합니다.
'북한 사람이 왜 여기 남한에 와 있나요' '베트남 사람이 왜 여기 남한에 와 있어야'
또 탕윤이 형사에게 잡혀가면서도 질문합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요?'
어쨌든 저마다 다른 곳에서 모여 결국 한국이라는 이 '같은 세상'에 모인 사람들.
탈북자 진욱의 '사람이 인간미가 없어'라는 한 마디가 오래 남습니다. 다 같은 우리 사람들, 서로의 고통과 아픔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는 감독과의 대화가 있었는데요,
김동현 감독과 배우 박인수씨가 오셨습니다. :)
김동현 감독은 말합니다.
"평범한 인물엔 관심이 없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 살다보니까 힘든 세상 아래 소외된 인물로 시선이 낮아지더라. 5,6년전 파키스탄 노동자와 친해져서 1년 정도 알았는데, 그때 많은 경험들이 이런 소재를 취득하는데 거부감이 없게 했다.
또 탈북자 문제는 무관심의 차원이지 생소함은 아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데도 잊고 사는 것 뿐이다."
"관객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여운이다.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나를 자유롭게 내버려 둔다. 텍스트에 다가가면 망가진다. 그래서 평론가보다 일반관객이 영화를 더 안다고 생각한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영화를 봐주기 때문에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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