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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서울독립영화제

"독립영화, 재밌습니다."


독립영화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설어한다. 또 재미없다, 어렵다 등등. 하지만 그건 독립영화를 접하기 직전까지의 인식인 것 같다. 일단 한번 맛본 사람들이라면 독립영화가 가진 실험정신, 새로움, 그리고 뜨끈한 메시지에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소박하지만 옹골찬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주류 영화와는 제작 방식, 배급 방식이 달라서 비주류라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 영화는 그 자체로 온전히 자유다.  

지금 인디스페이스에선 서울독립영화제가 한창이다. 서울독립영화제의 역사를 알뜰하게 이어가고 있는 조영각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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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발전을 위해 '서울독립영화제' 가 영화제 뿐 아니라 많은 일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제는 5,6개월 준비하거든요.하지만 영화제는 열흘정도 영화를 틀면 끝이잖아요.
거기서 벗어나고자 끝나고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해서 다른 행사들이 많아요.
영화제 수상작들을 전국에 순회상영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전국 20군데 넘게 지역에서 영화 상영을 해요. 서울과 다르게 지방에서는 독립문화향유 기회가 전무하거든요.
그 외에 수상작 DVD도 발매하고 ,온라인 상영도 후원사 사이트랑 연결해서 하고 있습니다. 영화제가 메인이고 독립영화를 많이 대중화할 수 있도록 다른 행사들을 전국에서 계속 하고 있는 거죠.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슬로건이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 인데요, 다른 영화들의 어떤 지점을 비판하고 독립영화의 어떤 차이를 부각하려 하시는지요.

독립영화자체가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고요
기존 영화라고 하면 충무로에서, 주류에서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지요.
반면에 독립영화는 제작방식도 다르고 투자를 받는게 아니죠. 상영하는 방식도 몇 개관에 배급하는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DVD를 만든다거나 영화제를 통해서 순회한다거나 하잖아요.

미학적으로도, 독립영화들은 영화 언어를 개발하고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는 영화니까요. 다른 영화들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시도를 하는 영화들이 독립영화니까요.


최근에는 독립영화 내에서도 주류영화랑 비슷한, 드라마 틀기에 의존하는 영화가 많아서 그런 것에서도 탈피를 해보자 해서 슬로건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다른 영화가 더 많아져야 되고 더 가능해져야 되고 대중적으로도 더 확산이 돼야지 영화 문화의 다양성이라든가 관객들의 볼 권리라든가 그런게 확대되지 않을까해요.


다른 영화는 가능하다라는 것이 곧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라는 말일텐데요.

독립영화 자체가 지금의 풍토에서 벗어나서 그 어떤 새로운 세상을 원하는 게 포함돼 있어요. 사회비판적인 것, 소외된 사람들 그런 이야기도 많지요.


앞서 말하신 정신과 관련한 내용의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나요?

해외초청착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정오의 낯선물체'같은 작품은 완전히 다른 영화죠.
그 감독은 새로운 영화를 창조하는 사람 같아요.

또 독립영화가 정치적으로도 사회비판적이어야지만, 미학적인 영역에서도 새로운 것들을 추구해나가는 새로운 영화원동력이 됩니다.
미학적으로도 새롭고. 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양쪽이 잘 돼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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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들은 어땠나요?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죠. 그리고 사실 모든 걸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매년 나오진 않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거에 비해서 두드러지는 작품은 줄어든 것 같아요.


우리 나라는 독립영화를 국가적으로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인가요?

네. 꽤 해주는 편이죠. 미국,일본은 그런게 없거든요. 대신 민간지원이 많죠.  우리나라도 최근까진 국가적 지원이 없었어요. 영화 만들면 탄압만 받고 잡혀가기도 하고 못틀게 하고.
그리고 지원받은지 최근 십년도 안돼요. 그동안 독립영화인들이 싸워서. 공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주장해서 얻은 거죠. 절대 저절로 해준 게 아녜요.


서울독립영화제가 단순히 영화 상영을 넘어 하나의 지역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울에서 지역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좀 어렵죠.  
미국 같은데는 나라가 크고 영화제가 없어도 이미 지역 커뮤니티가 있는 거고, 오히려 영화제가 그걸 이용하고 교류하고 연대하는 차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같은 경우은 지역 커뮤니티라기 보다는, 관객 커뮤니티랑 창작자 커뮤니티에 가까워요.
영화제를 통해서 독립영화제 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고 다른 감독이나 작업자, 촬영자를 만나거나 관객들이 자원활동가들 혹 심사위원단들이 돼서 커뮤니티 만들 수 있는 데에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죠. 실행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죠.
계속 우리가 억지로 만들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 바탕을 제공하는 거고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걸 기대하는거죠


이번에 영화제 준비하시면서 힘든 점은 뭐였나요?


중앙시네마에서 한 게 처음이거든요. 독립영화관이 생겼잖아요.
처음 하니까 공간이 낯선게 있고, 예전에 멀티플렉스 한 것보다 관객 인지도가 낮은 점이 좀 힘들죠. 그래서 영화제 한번 하고 끝내는게 아니니까 앞으로  이 공간을 계속 홍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변이 없는 한 여기서 계속할 거니까요.

또 장비같은 것들에 신경을 많이 썼죠. 그게 다 돈이고 시간이니까.
영화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장비 빌려오고 세팅하고 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갔어요.



이렇게 독립영화랑 관련된 일을 하게 하는 힘은 뭔가요?

사람들과의 선입견과 다르게 독립영화는 재밌어요.
어렵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자주 접하는게 아니니까 낯설어서 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독립영화들은 창작자가 제작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제 동시대 사람이 많아요.
또 20~3,40대까지 스펙트럼도 넓고 그래서 에너지도 많고. 이런 사람 만나는게 좋아요.
저는 영화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영화제 하면서 영화 만든 사람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놀기도 하고, 그게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스텝들과 계속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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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에서 독립영화가 관객과 소통하기 힘들까요

사회 시스템 자체가 영화 뿐 아니라 경제도 다 양극화잖아요, 쏠림 현상.
시청률도 어떤 건 40퍼센트 어떤건 1퍼센트고. 또 영화도 어떤 건 천만, 어떤 건 백만도 안되고.
1등이 50프로를 먹고 들어가잖아요. 이렇게 다양성이 부족한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또 최근에 경제가 힘들어서 그런지, 문화적으로 다양성이라는 걸 즐길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한달에 영화 한편 보는 사람이 도쿄타워를 볼 것이나 독립영화 볼것이냐의 기로에 있으면
아무래도 좀 더 유명하고 더 재밌어보이는 영화를 보겠죠
또 안그래도 세상이 복잡한데 굳이 영화까지 복잡하고 낯선 분위기 영화를 찾아보지 않을 것 같아요

독립영화가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있겠지만 사회 분위기 자체도 차이 다양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나 해요. 단순히 사람들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가는게 아닌가 하는.
이런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게 독립영화 만드는 사람이나 기획자의 몫이겠죠.



이번 영화제에서 개인적으로 몇 작품 추천해주세요.

해외초청작 태국의 아핏차퐁 감독의 영화는 다 추천합니다. 관객뿐 아니라 영화감독들에게도 말이죠. 또 회고전 부분에 1999~2004년 수상작들로 많은 영화가 있는데 독립영화들이 어떻게 발전해 왔나를 알 수 있습니다. 또 5년전 7년전 만든건데 지금보다 수준이 낮거나 그렇지 않거든요. 
또 독립영화 역사가 그냥 쌓인게 아니라는걸 회고전을 보면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아핏차퐁 감독의 영화 '정오의 낯선물체'를 봤어요. 기존에 전혀 보지 못했던 형식에 이해도 잘 안됐어요.


아핏차퐁 감독 영화는 그냥 흐르는데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한번에 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책도 보면 모르는 단어가 많듯이 영화 보고 한번에 다 이해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또 좋은 영화들은 한번에 다 이해되고 극장 나오면 다 완료되는게 아니라, 왜 우리가 시를 읽어도 오랫동안 떠오르는 구절이 있잖아요, 그렇게 좋은 영화들은 뭔지 몰라도 자꾸 생각이 나거나 떠오르게 만드는게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한 영화를 보고 그 영화를 통해서 다른 영화들을 보게 되고 그게 영화보는 재미가 아닐까요.


영화는 힘이죠. 영화를 통해서 세상 바꿀 수 있을까요? 
 

한번에는 안되겠죠. 서서히 하는 거죠.
독립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것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서서히 많아질 때 세상이 바뀌겠죠.
영화 한편이 바꾸긴 힘들지만 이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건강해질 거라고 믿어요.


서울독립영화제는 오는 30일까지이며,
자세한 사항은
http://www.siff.or.kr/


오산이 기자(ymjang@naver.com)